실거주 갱신거절 손해배상, 빈집이면 월차임 3개월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

가구 없이 비어 있는 아파트 거실 내부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는데 그 집이 계속 비어 있습니다. 이때 임차인이 다툴 수 있느냐는 질문의 답은, 사실관계보다 먼저 지금 어느 국면에 서 있는가에서 갈립니다.

아직 그 집에 살고 있다면 실거주 의사를 증명할 사람은 임대인입니다. 이미 짐을 빼고 나왔다면, 그 말이 거짓이었다는 점을 증명할 사람은 임차인입니다. 같은 사건인데 이사 여부에 따라 증명의 방향이 반대로 움직입니다.

아래에서는 이 두 국면이 어떻게 갈리는지, 그리고 배상 근거가 달라지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자릿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직접 계산해 정리했습니다. 아래의 법령과 수치는 모두 작성 시점인 2026년 9월 6일을 기준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다면 증명할 사람은 임대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은 임차인이 제6조 제1항 전단의 기간에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같은 항 제8호에서 임대인 또는 그 직계존속·직계비속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주 뒤집혀 이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제8호에 해당한다는 점의 증명책임은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에게 있습니다.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건물인도)은 이 점을 명시하면서, 실거주 의사가 꾸며낸 것이 아니라고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지를 심리했어야 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은 그 판단에 고려할 사정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과 그 가족의 직장·학교 등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갖게 된 경위, 갱신 요구 거절 전후의 사정, 실거주 의사와 어긋나는 언동, 그로 인해 임차인의 신뢰가 훼손될 여지, 실거주를 위한 이사 준비 여부입니다.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승패가 아니라 증명의 부담이 어느 쪽에 놓이는지를 명시했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 법리가 그대로 작동하는 국면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사를 나온 뒤에는 왜 임차인이 증명해야 하나

소송에서 원고 자리에 앉는 사람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이 갱신을 주장하며 집에 남아 있으면, 집을 비워달라며 소를 제기하는 쪽은 임대인입니다. 이때 갱신거절이 적법했다는 점, 즉 실거주 의사가 있었다는 점은 임대인이 밝혀야 할 청구의 전제가 됩니다. 위 대법원 판결이 놓인 자리가 바로 이 국면입니다.

반대로 통지를 믿고 이사한 뒤 손해배상을 구하면, 원고는 임차인입니다. 이 국면에서는 갱신거절 당시 실거주 의사가 없었다는 점, 그것이 위법하다는 점, 자신이 입은 손해와 그 인과관계까지 임차인이 세워야 합니다. 같은 사실관계인데 짐을 뺐다는 사정 하나로 증명의 무게가 반대편으로 옮겨갑니다.

2026년 1월 보도된 광주지방법원 민사4부의 2025년 11월 20일 선고 항소심 사건이 이 난이도를 보여줍니다. 보도된 사실관계에 따르면 임차인은 임대인 본인 또는 직계비속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당해 이사했고, 이후 그 집에 임대인의 전입신고가 없었으며 전기·수도 사용도 거의 없었고 퇴거 3개월 뒤에는 월세 매물로 광고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1심에서는 임차인이 패소했습니다. 항소심은 실제 거주할 의사 없이 허위로 갱신거절 사유를 통지한 것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임차인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사건은 언론에 공개된 범위의 하급심 판단이고 확정 여부도 확인되지 않으므로, 대법원이 정한 일반 법리처럼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황이 이 정도로 갖춰진 사안에서도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갈렸다는 사실 자체는 참고할 만합니다.

조건 하나만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아래 두 상황은 이해를 돕기 위해 지어낸 예시이고 특정 사건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보증금, 통지 내용, 이후 집이 비어 있었다는 사정은 모두 같고 임차인의 선택만 다릅니다.

  • A 임차인이 갱신을 주장하며 퇴거하지 않았고, 임대인이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 B 임차인이 통지를 받아들여 이사한 뒤, 빈집인 사실을 확인하고 손해배상을 구했습니다.

A에서는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를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밝히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적법성부터 문제 됩니다. B에서는 임차인이 갱신거절 당시의 의사를 정황으로 세우고, 이사비와 중개보수 같은 지출이 그 거절 때문에 발생했다는 연결까지 보여야 합니다. 갈리는 지점은 여기까지이고, 어느 쪽이 이긴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A는 다투는 동안 인도 판결의 위험과 비용을 함께 안게 되므로, 남는 쪽이 언제나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빈집 사안에는 월차임 3개월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은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의 배상책임을 정하고 있습니다. 제6항은 그 배상액을 세 가지 금액 중 큰 금액으로 하도록 하는데, 그중 제1호가 널리 알려진 환산월차임 3개월분입니다.

그런데 이 산정 규정은 제5항이 적용될 때 비로소 쓸 수 있습니다. 집을 비워둔 사안에서 민법상 불법행위로 다투는 경우에는 여기에 기댈 수 없고, 임차인이 실제로 입증한 손해액이 곧 배상액의 크기가 됩니다.

차이를 숫자로 보겠습니다. 보증금 3억 원의 전세이고 2026년 9월 6일 시점에 갱신거절이 있었다고 가정합니다. 환산월차임은 제7조의2 각 호 중 낮은 비율로 계산하는데, 제1호는 시행령 제9조 제1항에 따라 연 1할이고 제2호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같은 조 제2항의 연 2퍼센트를 더한 비율입니다. 2026년 8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렸으므로 제2호는 연 5%가 되고, 둘 중 낮은 5%가 적용됩니다.

  • 환산월차임: 3억 원 × 5% ÷ 12개월 = 125만 원
  • 제6항 제1호의 3개월분: 125만 원 × 3 = 375만 원
구분제3자에게 다시 임대비워둔 경우
주된 근거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민법상 불법행위
액수 산정제6항 세 호 중 큰 금액입증된 실제 손해액
보증금 3억 기준최소 375만 원 선이사비·중개보수 등 실비
전제 조건제3자 임대 사실과 시기허위 의사와 손해의 인과관계

표를 한 줄로 옮기면, 같은 거짓말이라도 제3자 임대가 확인되면 법이 정한 기준선을 들고 시작하고 비워둔 사안이라면 영수증을 들고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3개월분을 최저 보장액처럼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 조항은 제5항의 문이 열렸을 때만 쓸 수 있는 계산식입니다. 반대로 제5항이 적용되는 사안이라면 제6항 제3호에 실제 손해액도 들어 있으므로, 이사와 재계약에 든 비용이 375만 원을 넘는다면 3개월분에 묶일 이유도 없습니다.

지금 문서에서 확인할 자리

의심이 아니라 날짜와 문서가 판단을 가릅니다. 아래는 서류를 펼쳤을 때 눈으로 찾아갈 위치입니다.

  • 임대차계약서의 계약기간란과 계약 체결일. 계약갱신 요구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해야 하는데, 이 2개월 기준은 2020년 12월 10일 이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된 계약에 적용됩니다. 이 구간을 지나면 갱신요구권 자체가 문제 됩니다.
  • 갱신을 요구한 문자나 내용증명의 발송일과 수신 표시. 보낸 날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닿은 날이 기준이 되는 국면이 있습니다.
  • 거절 통지에 적힌 거주자. 임대인 본인인지, 직계존속인지, 직계비속인지에 따라 이후 다투게 될 사실이 달라집니다.
  • 새 임대차계약서, 중개보수 영수증, 이사비 영수증, 종전 주택 관리비 정산서. 빈집 사안에서는 이 금액이 그대로 청구액의 상한선이 됩니다.
  • 임대 매물 광고를 확인했다면 그 화면과 확인한 날짜. 갱신되었을 기간이 끝나기 전인지가 제5항 적용 여부를 가릅니다.

전입 여부나 전기·수도 사용량처럼 임차인이 직접 열람하기 어려운 자료도 있습니다. 이런 자료는 개인이 무리하게 모으기보다 소송 단계에서 법원을 통한 사실조회로 확인하는 것이 통상적인 경로입니다.

임대인 쪽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됩니다. 실제 입주 계획이 있었다면 그 계획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남겨두는 편이 낫고, 사정이 바뀌어 입주하지 못하게 됐다면 언제 왜 바뀌었는지와 그 시점에 임차인에게 어떻게 알렸는지를 자료로 남겨 두는 것이 분쟁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실거주 갱신거절 분쟁에서 먼저 정해지는 것은 거짓말의 여부가 아니라, 그 다툼을 이사 전에 하느냐 이사 후에 하느냐입니다. 그 선택이 증명할 사람과 배상액 산정의 근거를 동시에 바꿉니다. 통지를 받은 시점에 짐부터 쌀 것인지 결정하기 전에, 계약서의 날짜와 통지의 문구부터 확인해 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제6조의3·제7조의2 현행 조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9조(대통령령 제35161호, 시행 2025. 3. 1.)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건물인도, 파기환송)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2026. 8. 27.) 기준금리 연 3.00%
국토교통부 임대차 정책 안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적용례
이데일리 2026. 1. 6. 보도(광주지방법원 민사4부 2025. 11. 20. 선고 항소심)

이 글은 2026년 9월 6일 기준 공개된 자료와 작성 시점의 법령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령 개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법무사 장충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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