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가 내 계약을 방해하면 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이 정한 기준

 


거래처와 계약을 앞두고 있었는데 경쟁업체가 끼어들어 계약이 무산됐습니다. 또는 계속 거래해 오던 업체와 재계약하려던 중 제3자가 개입해 거래가 끊겼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흔히 “남의 계약을 깨뜨렸으니 당연히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판단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3자가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개입이 법이 허용하는 정상적인 경쟁의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2026년 9월 10일 선고한 2024다321591 판결에서 이 문제를 다시 다뤘습니다.

제3자가 계약을 방해하면 손해배상책임이 생길까?

계약을 방해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손해배상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와 거래하려던 고객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 그 고객과 계약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내 입장에서는 계약을 빼앗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원칙적으로 경쟁이 허용됩니다.

대법원도 채권에는 원칙적으로 배타적 효력이 없고, 채권자와 제3자 사이에도 자유경쟁이 허용되므로 제3자 때문에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서 가장 먼저 구별해야 하는 것은 '계약이 깨졌는가'가 아니라 '제3자가 어떤 방법으로 개입했는가'입니다.

대법원이 다시 본 사건은 무엇이 달랐나

2024다321591 사건은 시외버스 운송사업자 사이에서 발생했습니다.

특정 지역을 경유지로 하는 인가를 받지 않은 운송사업자가 그 지역을 경유하는 운행을 했고, 경쟁관계에 있던 운송사업자가 이를 문제 삼아 제3자 채권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제시한 기준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위법성을 행위마다 개별적이고 상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어떤 법률 조항을 직접 위반했는지만 보는 것도 아닙니다.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했고, 침해행위의 모습과 침해된 이익의 성질 및 정도 등을 살펴 위법성이 인정된다면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3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방법으로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했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때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방해행위의 형태, 고의나 해의의 유무뿐 아니라 거래자유를 보장할 필요성,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정상적인 경쟁과 위법한 계약방해는 어디서 갈릴까

이 판결을 일반적인 거래관계에 적용해 이해하려면 결과보다 행위의 방법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살펴볼 부분 판단할 내용 확인할 자료
기존 관계 계약 또는 갱신관계 계약서, 기존 거래내역
제3자의 행위 통상적인 경쟁인지 위법한 개입인지 문자, 이메일, 녹취 등
침해 결과 보호할 이익과 실제 손해 계약 무산 경위, 거래자료

특히 실제 분쟁에서는 제3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그 사람이 끼어든 뒤 계약이 깨졌다”는 시간적 선후관계만으로는 제3자의 행위가 위법했고 그 때문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까지 당연히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를 아직 쓰지 않았다면 보호받을 수 없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부분은 보호 범위가 이미 체결된 계약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위법한 행위로 다른 사람 사이의 계약체결을 방해하거나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게 하여 정당한 법률상 이익을 침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아직 도장을 찍지 않았으니 제3자가 무엇을 해도 책임이 없다”거나 “기존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재계약 방해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곧바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보호할 가치가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었는지와 제3자의 행위가 정상적인 경쟁의 범위를 넘어 위법한 것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부동산 매매계약 직전 제3자가 개입했다면

판단기준을 이해하기 위한 가상의 상황을 하나 생각해 보겠습니다.

A가 자신의 부동산을 B에게 매도하기 위해 가격과 주요 조건을 협의하고 있는데 C가 등장하여 자신에게 팔라고 제안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C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결국 A가 C와 계약했다는 사정만 있다면, B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더라도 그것만으로 C의 불법행위가 당연히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C의 개입 과정에서 별도의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이때는 단순히 “C 때문에 계약을 못 했다”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C가 어떤 방법으로 개입했는지, B에게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었는지, 그 행위와 계약 무산 및 손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결국 제3자 채권침해에서 '경쟁자가 계약을 가져갔다'와 '위법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계약을 방해했다'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실제 분쟁이 생겼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금전거래나 사업계약에서도 제3자의 개입 때문에 거래가 무산되었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억울하다는 설명보다 제3자의 구체적인 방해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 계약서와 기존 거래자료에서 어떤 거래관계가 존재했는지 확인합니다.
  • 문자, 카카오톡, 이메일, 녹취 등에서 제3자가 실제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확인합니다.
  • 계약이 중단된 시점과 이유를 확인하여 제3자의 개입 전후를 구분합니다.
  • 거래내역과 관련 자료를 통해 계약 무산 뒤 실제 어떤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구분합니다.

특히 제3자의 행위가 문제라면 관련 문자나 이메일 등을 일부 문장만 떼어 보기보다 발송일과 수신일, 앞뒤 대화, 계약협상 진행 시점을 함께 보존하는 것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번 판결을 '계약방해는 불법'이라고 읽으면 안 되는 이유

2024다321591 판결은 제3자가 다른 사람의 계약에 관여하기만 하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판결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로운 경쟁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법질서가 허용하는 경쟁의 범위를 넘어 위법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법률상 이익을 침해했다면 민법상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약이 깨졌다는 결과만 놓고 판단하기보다 침해된 이익의 내용, 제3자가 사용한 방법, 고의나 해의, 거래자유의 필요성과 당사자의 이익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을 원고의 최종 승소판결이라고 표현해서도 안 됩니다.

제3자 때문에 계약이 깨졌다는 사실과 제3자가 법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반드시 '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이번 판결에서 가장 중요하게 기억할 부분입니다.

참고 자료
대법원 2026. 9. 10. 선고 2024다321591 판결, 손해배상(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4다11162 판결
민법 제750조

이 글은 2026년 9월 28일 기준 공개된 자료와 작성 시점의 법령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령 개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법무사 장충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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