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 40% 줄었다는데, 왜 건당 피해액은 그대로일까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가 1년 새 39.9% 줄었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를 그대로 읽으면 놓치는 계산이 하나 있습니다. 한 번 사고를 당했을 때 실제로 빠져나가는 금액, 즉 건당 피해액이 얼마나 줄었는지입니다. 직접 나누어 보면 발표된 감소율과는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건수는 39.9% 줄었는데 건당 피해액은 왜 그대로인가

직접 나누어 보면 답이 나옵니다. 정부는 2026년 9월 2일 범정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1년 성과를 점검했습니다. 2025년 10월부터 2026년 7월까지 10개월간 발생 건수는 전년 동기 2만900건에서 1만2554건으로 39.9% 줄었고, 같은 기간 피해액은 1조1137억원에서 6324억원으로 43.2% 감소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발표 그대로입니다. 피해액을 건수로 나누면 다른 숫자가 나옵니다. 전년 동기의 건당 평균 피해액은 1조1137억원을 2만900건으로 나눈 약 5329만원이고, 이번 기간은 6324억원을 1만2554건으로 나눈 약 5037만원입니다.

건수는 39.9% 줄었지만 건당 평균 피해액의 감소폭은 약 5.5%에 그칩니다. 발표된 두 감소율만 보면 놓치기 쉬운 계산입니다.

평균값이므로 개별 사건의 편차는 담지 못합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사고를 만날 확률은 통계상 크게 낮아졌지만, 일단 사고를 만났을 때 빠져나가는 금액의 크기는 그만큼 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사고 이후, 그 돈이 어떤 경로로 돌아오는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지급정지에서 환급까지, 특별법이 정한 세 단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은 피해금 회수 절차를 지급정지, 채권소멸절차, 환급 결정 세 단계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송금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나 사기이용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금융회사는 거래내역을 확인해 해당 사기이용계좌 전부에 지급정지 조치를 합니다(같은 법 제4조 제1항).

금융회사가 금융감독원에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를 요청하면 금융감독원이 이를 공고하고, 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지나도록 명의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해당 채권이 소멸합니다. 이후 환급금액이 결정되어 금융회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합니다(같은 법 제5조, 제7조). 명의인은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거나, 문제된 금액을 재화·용역 공급의 대가로 받았음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 이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7조 제1항).

지급정지는 계좌에 남아 있는 돈을 묶어 두는 조치이고, 환급은 그 묶인 돈을 돌려주는 절차입니다. 두 절차 모두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을 전제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지급정지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다른 계좌로 빠져나가 해당 계좌에 남아 있지 않은 금액은, 그 계좌에 대한 특별법상 환급절차만으로는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자금이 이미 옮겨진 부분은 그 계좌를 묶는 조치로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옮겨 간 계좌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급정지가 다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절차별 세부 기간은 사건마다 차이가 있어 여기서는 구조만 짚었습니다.

환급되지 않은 금액은 어디로 넘어가는가

특별법 절차 밖에 남은 금액은 형사 고소와 민사상 청구라는 별개의 경로로 넘어갑니다. 다만 이 경로에는 순서상 제약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법 제4조의2 제1항은 지급정지가 된 사기이용계좌의 채권과 관련해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민사집행법에 따른 압류·가압류·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급정지된 계좌를 곧바로 가압류하는 방식은 이 조항에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은 명의인 또는 피해자가 그 상대방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는 것은 예외로 허용하고 있으므로,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사안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수사가 계좌 명의인 선에서 멈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직이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겹겹이 거쳐 자금을 옮기면서 피의자 특정 자체가 벽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수 시도는 계좌 명의인 등을 상대로 한 민사상 청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피해금이 그 계좌를 거쳤다는 사실만으로 명의인이 당연히 전액을 반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당이득반환청구라면 명의인에게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이 실제로 귀속되었는지가 문제 되고,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라면 계좌를 제공한 경위와 범행에 대한 인식·예견가능성, 인과관계가 검토 대상이 됩니다. 두 청구는 성립 요건이 다르므로 같은 사실관계라도 결론이 갈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승소 판결을 받는 것과 실제로 돈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유형의 사건을 다루다 보면, 청구가 인정되어도 상대방에게 집행할 재산이 없어 판결문이 문서로만 남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판결문은 강제집행의 근거일 뿐, 그 자체가 돈은 아닙니다.

구분 특별법상 피해환급 민사상 청구와 집행
중심 대상 지급정지된 계좌에 남은 피해금 법원이 인정한 반환·손해배상 범위
핵심 변수 지급정지 시점의 계좌 상태 상대방의 책임 성립과 집행 재산
주요 한계 이미 빠져나간 피해금은 대상에서 제외 승소해도 집행할 재산이 없을 수 있음

두 경로는 애초에 회수 대상으로 삼는 돈의 성격이 다릅니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판결 이후 검토할 수 있는 재산조사 수단

민사집행법은 채무자의 재산을 찾기 위한 수단을 재산명시, 재산조회,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세 가지로 따로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순차적인 한 절차가 아니라 각각 요건이 다른 별개의 제도입니다.

재산명시는 금전 지급을 명하는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에 신청합니다. 신청에는 집행력 있는 정본과 강제집행 개시에 필요한 문서를 붙여야 합니다(민사집행법 제61조).

재산조회는 공공기관의 전산망 자료로 재산을 찾는 절차이고, 재산명시를 신청한 채권자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주소보정명령을 이행할 수 없었던 경우나 제출된 재산목록만으로는 채권의 만족을 얻기 부족한 경우 등 법에서 정한 사유 가운데 하나를 갖추어야 합니다(민사집행법 제74조 제1항).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는 금전 지급을 명한 집행권원이 확정되거나 작성된 후 6개월 안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등의 사유로 신청합니다(민사집행법 제70조). 재산명시를 거치지 않고도 신청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 재산조회와는 요건이 다릅니다. 다만 이것은 재산을 직접 찾아내는 수단이 아니라 신용정보에 반영되는 간접적인 압박 수단이므로, 등재된다고 곧바로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 수단을 모두 거치고도 실제 집행할 재산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당 피해 규모가 줄지 않았다는 통계는, 사후에 되찾기 어려운 금액의 크기도 그대로라는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지금 확인해 둘 것

회수 범위가 지급정지 시점으로 갈리는 구조이므로, 확인할 것도 사고 이후의 대응보다 사전 준비 쪽에 있습니다.

  • 본인 명의로 개설된 계좌와 이동통신 회선 전체 목록을 조회했는지. 계좌는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회선은 명의도용방지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거래 은행 앱에서 지연이체와 1일 이체한도가 실제 사용 습관에 맞게 설정되어 있는지
  •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았다면 통화 기록과 문자 원본을 삭제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지
  • 신고했다면 접수 시각과 접수번호, 담당 기관명을 별도로 적어 두었는지
  • 금융회사에 제출한 피해구제 신청서의 기재 내용이 실제 송금 내역과 일치하는지

절차에 드는 기간과 비용은 사건별로 차이가 커서 이 글에서는 수치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기관에 무엇을 신청하고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는 앞서 본 대로 법령에 정해져 있습니다.

통계의 감소폭과 개인의 회수 가능성

총 피해액이 43% 넘게 줄었다면 사회 전체의 위험이 실제로 줄어든 것이고, 노출 빈도가 낮아지면 개인이 사고를 만날 기대손실도 함께 줄어든다는 반박이 가능합니다. 이 지적은 상당 부분 타당합니다. 범행 수단을 끊어낸 쪽의 성과는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개인은 평균이 아니라 단일 사건을 겪습니다. 그 단일 사건에서 회수 가능한 범위는 통계가 아니라 지급정지 시점에 그 계좌에 무엇이 남아 있었는지로 크게 좌우됩니다. 그 밖의 부분은 소송과 집행의 문제로 넘어가고, 시간이 걸리는 데다 결과를 장담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판단을 다시 봐야 할 지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후 분기 통계에서 건당 피해 규모가 뚜렷하게 낮아지거나, 범행 수법이 계좌 이체가 아닌 대면편취 쪽으로 옮겨 가 통계의 구성 자체가 달라지거나, 회수 절차를 정한 법령이 개정된다면 위 서술은 다시 손보아야 합니다. 이 글은 2026년 9월 4일 기준으로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참고 자료
국무조정실,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 자료, 2026.9.2.
국가법령정보센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4조·제4조의2·제5조·제7조
국가법령정보센터, 민사집행법 제61조·제70조·제74조

이 글은 2026년 9월 4일 기준 공개된 자료와 작성 시점의 법령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령 개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법무사 장충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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