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법 위반, 직원도 형사처벌 대상인가 — "실제로 집행하는 자"의 범위
법 조문에는 처벌 대상이 "영업자"라고만 적혀 있는데, 정작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영업등록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창고 직원이었습니다.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도7082 판결입니다.
조문을 몇 번 읽어도 자기 이름이 나오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같은 직원 중에서도 누가 그 대상이 되고 누가 되지 않는지를 이 글에서 정리합니다.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으로 공개된 판결문과 그 시점의 법령을 바탕으로 합니다.
사건 자체는 냉동창고에 보관된 수입 오징어목살 등이 문제 된 것으로, 원산지 표시, 식품 표시·광고, 식품위생 등 여러 죄명이 함께 걸려 있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볼 것은 그중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위반 부분 하나입니다. 나머지 죄명은 판단 구조가 달라 이 쟁점과 함께 읽으면 오히려 혼선이 생기므로 다루지 않습니다.
조문에는 영업자만 처벌한다는데 왜 직원이 유죄인가
처벌 대상을 정한 조항과 처벌의 근거가 되는 조항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제2조 제5호는 "영업자"를 제15조 제1항에 따라 영업등록을 한 자로 정의합니다. 제18조 제1항은 그 영업자가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지키도록 하고, 제43조 제5호는 그 사항을 지키지 않은 자를 처벌합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준수사항은 구 시행규칙(2022. 6. 30. 총리령 제1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별표 8] 제4호 라목으로, 보관업자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입식품 등을 별도 장소에 보관하거나 식별되는 표시를 해 일반물품과 구별하도록 정한 조항입니다.
대법원은 이 벌칙 규정의 적용 대상이 제2조 제5호의 영업자로 한정된다고 확인했습니다. 영업등록을 한 자가 법인이면 그 법인 사업주가 영업자이고, 그 법인의 대리인이나 사용인, 종업원은 영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업등록 명의가 회사로 되어 있다면 영업자는 그 회사이고, 그 회사에서 일하는 개인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창고 직원은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그 경로가 양벌규정인 제45조입니다.
양벌규정은 두 방향으로 작동한다
양벌규정이라고 하면 보통 한 방향만 떠올립니다. 직원이 위반하면 회사에도 벌금을 물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이번에 다시 확인한 것은 반대 방향입니다. 양벌규정은 영업자가 아니어서 벌칙 조항의 수범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을 처벌하는 근거로도 작동합니다. 영업자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사람이 있을 때 벌칙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용 대상자를 그 사람에게까지 넓힌다는 취지입니다.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유무죄 결론이 아니라, 대법원이 "누가 지켜야 하는가"와 "누구를 벌할 수 있는가"를 분리해 설명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조문 배열만 보면 반대로 읽히기 쉽습니다. 제18조와 제43조는 수범자를 영업자로 못 박아 두었고, 시행규칙 별표도 "보관업자는"으로 시작합니다. 자기 처벌 가능성을 확인하려면 이 두 조문에서 멈추지 말고 제45조까지 이어 읽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 구분 | 조문상 지위 | 처벌 경로 |
|---|---|---|
| 영업등록을 한 법인 | 제2조 제5호의 영업자 | 직원의 위반행위에 대해 제45조에 따른 벌금형 |
| 업무를 실제로 집행한 직원 | 영업자에 포함되지 않음 | 제45조가 근거가 되어 해당 조문의 형 |
| 지시받은 노무만 제공한 직원 | 영업자에 포함되지 않음 | 제45조의 행위자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야 함 |
같은 조문이 회사에는 책임을 확장하고 개인에게는 처벌 자격을 만들어 주는 셈입니다.
여기서 반론이 하나 가능합니다. 이 위반죄는 진정부작위범입니다. 물건을 잘못 다뤄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물품에 표시를 붙이지 않고 그대로 둔 상태 자체가 범죄가 되는 유형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그 의무를 지는 사람만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입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명시적으로 짚고, 진정부작위범이라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새로 만든 법리는 아니고 종전 판결들에서 이어져 온 것으로, 이 판결도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도3844 판결 등을 참조하고 있습니다.
처벌 대상이 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은 어디서 갈리나
지시받은 대로 몸만 움직였는지, 아니면 그 업무에 관해 스스로 정할 여지가 있었는지에서 갈립니다.
대법원이 말한 "해당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란, 독자적인 권한 없이 오로지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노무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이나 권한으로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대표도 임원도 아니었습니다. 경인지사 보관팀에 소속된 직원으로서 냉동창고의 입·출고 관리, 물품 보관과 검수, 안전사고관리 같은 현장총괄업무를 맡고 있었고, 원심은 그가 일정 범위에서 자신의 판단과 권한으로 보관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았습니다. 기준이 직급표가 아니라 실제 결정 권한이라는 뜻입니다.
아래 두 상황은 실제 사건이 아니라 이 기준이 어디서 갈리는지 보려고 만들어 본 것입니다. 나머지 조건은 같고 하나만 다릅니다.
- A는 창고에서 부적합 통보를 받은 물품을 어느 구역으로 옮길지, 식별 표시를 붙일지를 스스로 정하고 작업자에게 지시합니다.
- B는 같은 창고에서 매일 배정되는 작업지시서대로만 물품을 옮기고, 구역 지정과 표시 여부는 결정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부적합 물품의 보관 방식을 실제로 누가 정했는지가 먼저 문제 됩니다. B에 대해서도 지시를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고, 어느 범위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가 따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이 판결이 세운 것은 여기까지의 기준이고, 그 기준을 개별 사건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사실관계의 문제로 남습니다.
회사 쪽에 남는 쟁점은 감독의 정도
제45조에는 단서가 있습니다. 법인이나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그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했다고 판단되어 법인도 함께 유죄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이 감독의 수준을 어디까지 갖춰야 면책되는지에 관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닙니다. 상고는 모두 기각되어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됐고, 대법원이 판단한 것은 양벌규정 적용에 법리 오해가 없다는 데까지입니다.
형의 무게에서 짚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43조 각 호에 해당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양벌규정이 법인에 과하도록 정한 것은 해당 조문의 벌금형입니다. 회사는 돈으로 끝나는 반면, 행위자로 지목된 개인은 자유형까지 선택지에 들어 있는 조항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자기 권한의 범위는 어떤 자료로 확인하나
"실제로 집행하는 자"인지는 결국 권한의 실질로 판가름되므로, 확인해야 할 것도 직함이 아니라 권한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 업무분장표와 직무기술서에서 자기 이름 아래 배정된 업무 항목이 무엇으로 적혀 있는지
- 위임전결규정에서 어느 단계의 결재가 자기 이름으로 완결되는지, 어디부터 상급자 결재로 넘어가는지
- 인사발령문의 담당 업무 표기가 현장에서 실제로 하던 일과 같은지
- 작업지시서나 업무용 메신저에서 자신이 지시를 받은 쪽인지, 지시를 낸 쪽인지
- 문제 된 물품의 보관 구역 지정과 표시 부착을 누가 결정했는지 남아 있는 기록
회사 쪽이라면 교육 실시 기록, 정기 점검 기록, 위반이 발견됐을 때의 조치 기록이 단서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이 자료들은 사후에 만들 수 없으므로 평소 남기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끝으로 이 글의 범위를 밝혀 둡니다. 형사 사건의 방어 방법이나 양형에 관한 판단은 변호사의 영역입니다. 여기서 정리한 것은 조문이 어떻게 연결되어 처벌 근거가 만들어지는지와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이 무엇인지까지입니다.
참고 자료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도7082 판결(공2026하, 1486)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도3844 판결(공2026상, 303)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제2조 제5호, 제15조 제1항, 제18조 제1항, 제43조, 제45조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수입식품 등의 수입
이 글은 2026년 9월 7일 기준 공개된 자료와 작성 시점의 법령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령 개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법무사 장충익